좋은 시 하나 공유해봅니다
탁구공
10
416
0
2021.09.27 02:34
입술
문보영
입술의 반을 장독하다 덮어 두었다 입술의 독파에 실패했으므로
우리는 애인이 되었다
해산물 공판장의 축축한 바닥 혹은 인부의 고무 앞치마에 묻은
물기 네 입술의 맛
골목의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닌다 울 때도 우르르 울었다 그런
소리가 나는 입술
입술을 꽉 깨물자
발바닥이 필사적으로 어두워진다
부득이하게 다시 오는 내일처럼
입술은 언제나 입술 위를 전전하고
난간에서 이불을 털다 떨어져 죽은 사람
누군가
발바닥부터 솟구쳤다
입술을 타 넘고 떨어졌다
죽은 사람은 늘 그런 모양
아무렇게나 놓인 시체의 발처럼
입술은 방향이 없고
너무 오래 침묵하면 입술이 사라진 기분으로
뜯지 않은 나무젓가락처럼 묘연해지다가
하루에도 수십 번
코 아래 입술이 있다는 게 수상해지는
옷누리에서 시를 공유하는 사람은 제가 처음이겠죠?
글 작성전 일상게시판 규정링크 필독
https://www.hjreps.com/bbs/board.php?bo_table=182&wr_id=1948434